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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무대로 돌아온 여자축구의 아버지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 한 선수가 ‘아빠 같은 감독님이 아니라 감독님 같은 아빠’라고 얘기해주더군요. 제 딸과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이라 딸처럼 여긴 게 마음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여자축구를 선택한 것도 ‘딸 바보 아빠’ 마음에서죠.” 윤덕여(59) 전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돌아왔다. 지난달 여자 프로축구 WK리그 세종 스포츠토토와 1년 계약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여자 월드컵 본선 직후 대표팀을 떠난 지 1년 반 만이다. 최근 만난 윤 감독은 “쉬는 동안 WK리그와 해외 여자경기를 꾸준히 보며 한국 여자축구 발전에 대해 고민했다. 국내외 남자팀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여자축구에 먼저 눈길이 갔다. 인연이 이어지려 그랬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윤 감독이 여자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한국 여자축구는 르네상스기를 보냈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 반 동안 윤 감독은 A매치 100경기에서 48승 14무 38패를 기록했다. 2회 연속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고,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본선 첫 승과 16강 진출을 한꺼번에 이뤄냈다. 비약적으로 성장했던 시기였다. 지소연(첼시)과 조소현(웨스트햄)이 잉글랜드 여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는 등 대표선수 여럿이 해외 무대를 누볐다. 대표팀 약진 덕분에 WK리그도 호시절을 보냈다.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어느덧 윤 감독과 함께 전성기를 보낸 여자 대표팀 핵심멤버들이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들 뒤를 이을 대형 신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설상가상,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국제대회 등 국가대표팀이 모일 기회가 크게 줄었다. 남자 대표팀도 경기력 유지를 위한 친선전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여자 대표팀은 더욱 설 자리가 좁다. 윤덕여 감독은 “대표팀 감독 임기 막바지에 세대교체를 추진했지만, 여러 한계에 부딪혀 완수하지 못했다. 그 부분이 마음속 빚으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 때와 비교해 풍족하지 않은 대우,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WK리그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프로팀을 맡아 가능성 있는 새 얼굴을 직접 찾아내고 길러서 대표팀과 여자축구가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스포츠토토는 지난 시즌 WK리그 8개 팀 중 6위에 그쳤다. 윤덕여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김상은, 최유리, 어희진, 지선미 등 대표선수들이 계약 만료로 줄줄이 팀을 떠났다. 윤 감독은 “주축 선수가 빠져나가 상황이 어렵지만, 그 때문에라도 ‘새 얼굴’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밖에 없다. 7일 오후 선수단 상견례가 있는데, 지나간 상황은 접어두고 밝은 얼굴로 앞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6년 넘게 아무 잡음 없이 여자 대표팀을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윤덕여 감독은 차분하게 “원칙 하나만 지켰다. 바로 ‘선수를 내 딸처럼’이라는 원칙”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제자들이 좋은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하길 바랐다. 그런 마음을 선수들이 이해하고 따라준 것 같다. 스포츠토토 감독으로서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0.12.0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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